세상에 나쁜 매니저는 없다

나는 좋은 매니저*인가?

어느 날 갑자기 매니저가 되는 개발자들이 많다. 어쩌면 거의 모든 개발자들이 그럴 것이다. 

내가 만난 매니저들도 그랬다.
팀의 매니저가 나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매니저를 맡거나, 개발이 좋아 개발만 하고 싶은데, 이제 매니저를 하라고 한다.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이다.

“나는 좋은 매니저인가?”라는 질문을 세 가지로 나눠보자.

  • 매니저란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
  •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매니지먼트인가?
  • 내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매니저 역할을 맡다 보니 잘 안돼서 답답하고 고민이 가득한 매니저들을 만나면, 우선 다음과 같이 축하와 위로를 함께 건넨다.

조직에서 매니저를 맡겼다는 것은 인정받은 거예요.
축하합니다. 

 그리고, 매니저 역할이 어려운 건 당신이 못해서가 아닙니다.
다들 어려워해요. 천천히 하나씩 하시면 됩니다.
더 잘할 수 있어요!!!

 ※ 매니저와 리더 혹은 리드가 뉘앙스가 약간씩 다른데, 이 글에서는 이 셋을 매니저로 통칭하겠다.

타고난 매니저는 없다

“저는 I형이라 어렵더라고요. 얼마나 내성적인데요”,
“팀원들에게 뭐라고 말하는 게 쉽지 않아요.”

빅테크 매니저 출신의 강의를 듣다 보면 하루하루가 어려운 매니저에게는 ‘내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싶어 괜히 소심해지기도 하고,
‘저 사람들은 타고난 사람들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No! No! 그러나 세상에 매니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다. 
뛰어난 매니저들도 처음엔 개발자로 시작했다. 그들도 수없이 좌절하면서 매니저 역할을 수행했고, 지금도 수행하고 있다.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연습하면 매니저 역할을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을 보자. 팀원일 때보다 매니저가 되면 테크니컬 스킬의 비중이 줄어든다. 임원이 되면 더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소위 말하는 휴먼 스킬이다.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휴먼 스킬에 신경 쓰고, 연습했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매니저의 어려움이 시작된다. 
매니저가 되면 기술 스킬로 해결해야 할 문제만큼이나 휴먼 스킬이 필요하다.
개발자일 때는 내 업무만 잘 관리하면 되지만, 매니저가 되면 팀의 업무 뿐만 아니라 팀원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리라는 단어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자!) 

개발자일 때는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휴먼 스킬을 연습하고 향상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휴먼 스킬도 스킬이다. 시간을 들여 갈고 닦으면 그만큼 향상된다.
지금부터라도 매니저 역할을 잘하고 싶으면 휴먼 스킬에도 신경을 쓰자. 타고난 매니저 타령은 그만하고.

좋은 매니저란?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좋은 매니저란 어떤 매니저일까? 
좋은 매니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할 것이고, 딱 부러지게 정의하지 못하겠지만, 다음 두 가지는 꼭 포함될 것이다. 

  •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팀으로 충분한 성과를 내는 것
  • 팀원의 입장에서 보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당연히 회사에서는 한 명의 개발자일 때 보다 팀의 매니저로서 더 많은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두 번째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은 조직의 건강성이라고도 하는 데 팀원이 성장할 수 있고, 팀이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특히 요즘같이 조직 성과못지 않게 개인의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에서 매니저가 신경 써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조직의 성과와 팀원의 성장을 잘 이끌어가는 좋은 매니저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당연히 앞에서 이야기한 휴먼 스킬이 필요하다. 이런 휴면 스킬의 바탕이 되는 것이 EQ라고 하는 정서 지능이다.
EQ는 공감, 알아차림 등으로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맺는 능력인데, 요즘 같은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점점 더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개발자일 때 업무 관리를 잘해 와서 매니저가 되었을 텐데,
이제 EQ와 휴먼 스킬을 더해 조직의 성과와 팀원의 성장을 같이 챙길 수 있는 “좋은 매니저”가 되는 것은 어떤가?

세상에 나쁜 매니저는 없다. 방황하는 매니저가 있을 뿐

TV에 나오는 반려견 프로그램의 제목을 패러디했지만, 정말 그렇다.
우리는 매니저들의 흉을 보면 회사에 다니지만, 내가 매니저가 되면 어느새 그런 매니저를 닮아 가는 거 같다. 

왜 그럴까? 

안타깝지만 ‘좋은’ 매니저와 일해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경우가 많다. 롤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사람은 ‘나쁜’ 매니저들 밑에서 일하다가 그 매니저와 반대로 하겠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것도 쉽지 않다. 

‘좋은’ 매니저와 일한 경험이 없다면, 롤 모델이 없다면 우선 내가 어떤 매니저가 되고 싶은지 명확히 정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매니저의 모습은 나만이 정리할 수 있다.
차분히 앉아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그동안 어떻게 일해왔고, 내가 같이 일해본 매니저들은 어떠했고, 그래서 나는 어떤 매니저가 되고 싶은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매니저로서 나의 10년 후 모습’부터 정리해 보자. 

이것이 방황하지 않고 좋은 매니저가 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권원상(곰코치)
애자일, 비폭력 대화, 매니저먼트 3.0 코칭/강의

개발자로 20년 정도 활동하다 프로덕트 매니저로, 그리고 최근엔 애자일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조직이나 팀, 리더가 업무를 개선하고 성장하는 일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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