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10+년, 한국 IT 용어가 어려워요 : (3) “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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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직군의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애자일/스프린트/회고/리뷰 등으로 이런 저런 일들을 진행하게 될 때 듣게 되었던 단어 중에 생소한 것으로 “R&R”이 있었다.

스쳐 지나듯 오갔던 말이어서 한글로 “알앤아ㄹ” 혹은 “아래날” 정도로 들려서 꽤 오랫동안 ‘arena’ 를 이야기하는 줄 알고 있었다.

‘arena’ 는 발음으로는 ‘어리나’에 가깝지만, 한국에서는 ‘아레나’ 라고 듣고 자라 왔었기에 한데 모여 전투적으로 열심히 일하자는 이야기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단어였던 셈이었다.

참고로 구글, 바드, 웹스터 등에 R&R 을 물어보면 Rest & Recreation 을 알려 주는데, 여기에 한글로 ‘뜻’이라 물어 한국어를 섞어 주면 IT 용어들로 쏠려서 결과들이 몰려 온다.

관련업계에 종사하긴 하지만, 한국어 컨텐츠가 쏠려 있는 거 같아 조금 씁슬해 진 부분도 있겠다.

알앤알 뒤에 붙는 단어들로는 ‘정리하다’, ‘구분하다’가 많이 오고, 비슷한 문맥에 ‘업무분장’이라는 이름의 단어도 종종 등장한다.

업무분장은 job assignment , task assignment 등에 더 가깝다 하겠다.

몇몇 기억들

주로 여럿이 모여 일을 같이 하면서 혹은 나누어 하게 될 때 ‘선을 긋는’ 용도로 자주 쓰였던 기억이다.

팀간에 혹은 멤버들 간에 가벼운 텐션이 있게 될 경우, 나는 여기까지만 할 거고 그쪽에서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 정도의 거리 두기 용으로 …

프로젝트 단위 보다는 조직도 같이 큰 그림에서 이해하기에 괜찮은 개념들이긴 하지만, 뭔가 훨씬 더 규모가 큰 곳들 – 영업망 업권 할당 같은 – 에서 쓰이는 게 좋은 개념이 과하게 스타트업씬에 내려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특히 ‘responsibility’ 부분은 과제에 적용시키기 어렵다는 생각인데, 실제로 ‘책임을 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딱 떨어지는 그림이 나오진 않았고, 이는 내가 각종 툴의 “assigned” 상태에 익숙해져 있는 bias 가 있다 하겠다.

아이러니하게 구글에 다니면서는 한 번도 써 보지 않은 단어였고,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개발 조직 내에서는 적어도 선을 그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잘 풀릴때는 뭐 별 문제 없지만, 왠지 과제가 삐걱거릴 때 무의식적으로 선을 긋는 습관이 여기서 온 거 같다는 생각이고, 몇몇 경우 개인들과 조직의 성장을 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나는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니까 백앤드는 고치면 안돼’ 같은..

선을 긋고 기본 자세가 방어적인 데서 시작을 하는 팀들과 복잡한 일을 해 나갈 때, 자연스레 비는 부분에 대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서 종종 어려운 일들이 생겼다.

사람 수가 일의 수보다 부족한 거의 모든 스타트업에서는 특히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 새로운 영역의 일이거나 몇몇 팀들의 사이에서 겹치거나 비거나 하는 경우 자발적으로 알아서 챙겨 지면 좋으련만…

이걸 잘 나누어서 일이 되게 잘 시키는(?) 것도 PM 이나 리더십의 R&R 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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